스페인 카탈루냐 디아다(Diada) 2026, 독립운동은 왜 분열되고 극우는 어떻게 그 틈을 파고드는가?



매년 9월 11일이면 카탈루냐의 정치적 시간이 잠시 멈춘다.
카탈루냐의 민족 기념일인 **디아다(La Diada Nacional de Catalunya)**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다. 카탈루냐 민족주의와 독립운동의 현재를 확인하는 정치적 무대이자, 동시에 스페인 전체 정치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지표다.  2026년 디아다는 특히 흥미로웠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행진에 약 4만5,000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13만 명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참가자가 증가하면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감소세가 일단 멈췄지만, 2010년대 독립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의 대규모 동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다.
그러나 숫자보다 더 중요한 장면이 있었다.
독립운동 내부에서 극우 민족주의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실비아 오리올스(Sílvia Orriols)가 이끄는 **알리안사 카탈라나(Aliança Catalana)**가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강경한 반이민·반이슬람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기존 독립운동과 같은 '독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들이 상상하는 카탈루냐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2026년 디아다를 이해하는 핵심 질문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카탈루냐는 독립할 것인가?”  이제는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이 더 붙었다.
“독립한다면 어떤 카탈루냐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이 현재 카탈루냐 정치의 새로운 균열선이다.

1. 독립운동은 쇠퇴했는가?
우선 흔히 제기되는 해석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아다 참가자가 과거보다 줄었으니 독립운동은 끝났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2026년 바르셀로나 집회에는 경찰 추산 4만5,000명이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만7,000명 증가한 숫자다. 지로나에서도 약 1만1,000명이 참가했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독립운동의 동원력 약화가 일방적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2010년대와 비교하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당시 디아다(Diada)는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오는 초대형 정치집회였다. 카탈루냐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다양한 시민사회 세력과 정당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정치적 프레임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독립운동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동원력과 정치적 응집력이 과거보다 약해졌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운동의 쇠퇴를 단순히 '독립에 대한 지지가 사라졌다'고 해석하면 현재의 정치 지형을 잘못 읽게 된다.
보다 정확하게는, 독립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의제가 과거처럼 카탈루냐 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갈등을 압도하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그 빈 공간에서 새로운 의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이민과 치안이다.

2. 독립운동의 가장 큰 변화: 민족주의의 '좌표'가 움직이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다양한 정치세력을 포괄해왔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다양한 정치세력을 포괄해왔다.    하지만 이들을 연결해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카탈루냐의 자기결정권이다.  문제는 2017년 이후 독립이라는 목표가 현실 정치에서 쉽게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립 선언은 실제 국가 건설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도자들은 사법적·정치적 후폭풍을 겪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의 충돌이 이어지는 동안 카탈루냐 사회의 관심도 점차 다른 문제로 이동했다.  주거비, 물가, 이민, 치안, 공공서비스 같은 일상적인 의제가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알리안사 카탈라나가 등장한다.
이 정당은 기존의 독립주의에 다음과 같은 의제를 결합한다. 
민족주의 + 반이민 + 반이슬람 + 치안 강화  이 조합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등장한 급진우파의 전형적인 정치 전략과 닮아 있다.  그러나 카탈루냐에서는 한 가지 특징이 추가된다.  
반(反)스페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독립주의적 극우'라는 점이다. 이것이 기존 독립운동 세력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3. 알리안사 카탈라나는 왜 기존 독립운동과 다른가
기존 독립운동의 핵심 논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카탈루냐는 하나의 정치공동체이며, 그 구성원은 카탈루냐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다.'  여기에는 상당히 강한 시민적 민족주의의 전통이 있었다.  
실제로 조르디 뿌졸(Jordi Pujol) 전 카탈루냐 주지사 올해 디아다를 맞아 다시 등장하면서 “카탈루냐에 살고 일하는 사람이 카탈루냐인”이라는 포용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극단주의에 반대하고 사회적 연대와 통합을 강조했다. 반면 알리안사 카탈라나의 정치적 접근은 다르다.  이들에게 민족적 정체성은 이민과 문화적 동질성 문제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두 세력이 모두 '카탈루냐 독립'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같은 정치 프로젝트라고 볼 수 없다.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누가 카탈루냐의 구성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시민적 민족주의는 카탈루냐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급진적 민족주의는 언어·문화·출신·종교 등을 공동체의 경계와 연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독립운동의 내부 논쟁은 단순히 **“독립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4. 그래서 올해 디아다에서 '두 개의 독립주의'가 나타났다.                                                            2026년 디아다에서 이 현상은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알리안사 카탈라나는 기존 독립운동의 행렬과 별도로 움직였다.  한편으로는 ANC(카탈루냐 국민의회)가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행진을 조직했다.  
다른 한편에는 알리안사 카탈라나가 독자적인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단순한 행사상의 분리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독립주의의 내부 분화가 가시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독립이라는 목표가 내부의 차이를 덮어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독립이라는 목표 자체가 여러 정치 프로젝트의 경쟁 무대가 되고 있다.  이것은 독립운동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극우가 성장하면 기존 독립운동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극우의 의제를 일부 흡수할 것인가? 아니면 명확하게 선을 긋고 포용적 민족주의를 재건할 것인가? 어느 쪽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5. '이민'은 왜 이렇게 중요한 정치 의제가 되었나                                                                     여기서 스페인 전체의 정치 흐름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급진우파는 경제적 불안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결합할 때 힘을 얻는다.
  • 이민 증가
  • 주거비 상승
  • 치안에 대한 불안
  • 공공서비스의 부족
  •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불안

카탈루냐 역시 이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이민과 치안 문제가 민족주의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존의 정치적 질문, “마드리드가 카탈루냐를 제대로 대우하는가?”가     “누가 카탈루냐 사회의 구성원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큰 변화다. 민족주의의 적이 더 이상 마드리드의 중앙정부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급진우파에게는 내부의 '타자'가 새로운 정치적 적으로 등장한다.

6. 리폴(Ripoll)은 이 변화를 상징하는 지역이다
올해 디아다를 둘러싼 논쟁에서 **리폴(Ripoll)**이 다시 등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리폴은 알리안사 카탈라나의 지도자 시르비아 오리올스의 정치적 기반이다.
이번 디아다를 앞두고 리폴의 기념행사에서는 초청 연사의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학자 라몬 코타렐로(Ramon Cotarelo)는 이슬람을 겨냥한 강경 발언과 함께 의무복무제 부활을 주장했다. ERC와 Junts 등은 이를 인종차별적·외국인혐오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카탈루냐의 독립주의 내부에서 이민·이슬람 문제가 더 이상 주변적 의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리폴이라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카탈루냐 전체의 정치적 의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

7. 극우에 대한 반작용도 이미 시작됐다
물론 알리안사 카탈라나의 성장에 모든 카탈루냐 정치세력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Òmnium Cultural의 지도부는 디아다를 계기로 카탈루냐 민족주의 세력이 극우에 맞서는 공동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바도르 이야(Salvador Illa) 카탈루냐 정부 수반 역시 통합·다양성·공존을 강조했다.  그리고 조르디 푸홀 역시 극단주의를 경계하면서 포용적인 카탈루냐 정체성을 강조했다.즉 현재 카탈루냐 정치에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생기고 있다.  한쪽에는 포용적 시민 민족주의 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배타적·반이민 민족주의 가 있다. 그리고 이 경쟁은 독립 찬반 구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앞으로 카탈루냐 정치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8. 극우의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정당의 대응'이다.
정치 분석에서 극우 정당의 득표율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정당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예를 들어 알리안사 카탈라나의 지지율이 상승한다고 하자.
그러면 ERC와 Junts는 선택해야 한다.  이민과 치안 문제에 대해 강경해질 것인가? 
아니면 극우와 명확하게 거리를 둘 것인가?  첫 번째 전략은 단기적으로 극우의 의제를 흡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논의 전체를 우경화할 위험이 있다. 두 번째 전략은 정치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일부 유권자를 극우에 내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카탈루냐 정치를 보려면 알리안사 카탈라나 자체보다 ERC와 Junts가 이 정당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9. 2027년은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디아다의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2027년을 향하고 있다.ANC의 Josep Vila 대표는 2027년, 즉 2017년 독립 주민투표 10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 단체들을 모은 정상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단순한 기념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독립운동이 2017년의 기억을 다시 정치적 동원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하지만 상황은 10년 전과 다르다.  2017년에는 독립이라는 목표가 운동의 중심이었다. 2027년에는 독립운동 내부에 다음과 같은 서로 다른 정치적 프로젝트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포용적 독립주의, 중도·보수적 민족주의, 급진적 독립주의, 독립주의적 극우
따라서 2027년의 핵심 질문은 독립운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원하느냐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누가 독립운동의 의제를 정의하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가능성이 있다

10. 카탈루냐 정치의 새로운 균열선
결국 카탈루냐 정치의 변화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과거의 핵심 축은 비교적 단순했다.
독립 ↔ 스페인 잔류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축이 추가되고 있다.
포용적 사회 ↔ 배타적 사회,  다문화주의 ↔ 반이민주의,  시민적 민족주의 ↔ 정체성 중심 민족주의
그리고 이 두 축은 서로 겹쳐 있지 않다. 이것이 중요하다.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진보적이거나 포용적인 것은 아니다.
반대로 스페인과의 통합을 지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반이민적인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카탈루냐의 정치 지형을 이해하려면 더 이상 '독립파냐 반독립파냐'라는 이분법만으로는 부족하다

결론: 카탈루냐의 다음 정치전쟁은 '독립'이 아니라 '독립 이후의 사회'일 수 있다.
2026년 디아다는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종말을 보여준 행사가 아니다.
오히려 독립운동의 정치적 성격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 행사에 가깝다.
거리에는 여전히 수만 명이 모였다.  독립이라는 목표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을 하나로 묶어주던 정치적 공통분모는 과거보다 약해졌다.
그 빈자리를 이민, 치안, 정체성, 주거와 같은 새로운 정치 의제가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급진우파의 등장이다.
알리안사 카탈라나의 성장은 따라서 단순히 “카탈루냐에도 극우정당이 생겼다”는 사건으로 볼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카탈루냐 민족주의라는 오래된 정치적 언어가 새로운 방향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카탈루냐 정치의 핵심 질문은 하나가 아니다.

카탈루냐는 독립할 것인가? 그리고 그보다 점점 더 중요한 질문이 이어진다.
독립한다면 어떤 카탈루냐인가?
민족적 정체성은 언어와 문화에 기반할 것인가, 시민권과 거주에 기반할 것인가?
이민과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는 민족주의인가, 배제하는 민족주의인가?

이 질문을 둘러싼 경쟁이 앞으로 카탈루냐 정치의 새로운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중요한 시험대가 2017년 ~ 10주년을 맞는 2027년이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다시 대중적 동원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동원력을 누가 어떤 정치적 의제로 조직할 것인가이다.  2026년 디아다는 바로 그 질문을 카탈루냐 정치의 전면에 올려놓았다.

*참고자료: EL PAIS, La Vanguar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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